요즘 너무 춥다. 진짜 춥다.
난 이렇게 추위를 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정말 추워진다.
고작 서른 넘었다고 이렇게 체력이 달라지는거라면 마흔은 더 두렵다. 난 정말 어째야 하는 걸까.
제작년에 사 두었던 타비. 검도용품점에서 몇장 주고산(ㄷㄷㄷㄷ) 무도인의 사치품 중 하나.
무기술과 체술을 하는 아이키도 역시 허리만큼 발이 중요하기에 연로하신 선생님들도 덧신이나 타비를 신기도 하시는데 이것은 국내 ㅅㅇ 상사에서 발 뒤꿈치 보호대와 발가락 보호대를 합쳐 신발형태로 만들어낸 것. 의외로 착용감이 착 휘감겨 괜찮으며 바닥은 가죽으로 되어있어 미끄럽지 않다. 하지만 역시 오래신으면 발냄새 쩐다.
이전하기 전 도장이 굉장히 풍수상 안좋고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웠다. 한 때 도장에 가스난로가 하나 있었는데 겨울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그 가스난로의 반경 30제곱센티미터안에 옹기종기 모여 수련시작 직전까지 벗어나지 않았다. 화장실이 가고싶으면 스스로를 저주하며 비명을 지르고 달려나가야했다.
수련하면 발가락이 몇 번씩 꼬였다. 저주받은 왼쪽 네번째 발가락이었다. 수련하다 손들고 발풀고 손들고 발풀고 번갈아가면서 다들 발가락이 꼬였다. 공포의 냉기였다. 도복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는것이 도이지만 남자들도 수련시간엔 티셔츠고 뭐고 다입었다. 도장장님은 하물며 내복을 입는것도 허락하셨다. 그렇게 추우니까.
그래도 왠지 이걸 신으면 급격한 패배감이 들것 같아 개기고 개기고 개겼다. 정말 개겼다. 나는 남자수련생들에 비해 피하지방도 많고 추위에 강할듯한 무언가를 가지고있는데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 발바닥이란것은 마지막 자존심 같았다. 발가락이 꼬이고 도장장님이 양말마저 신어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 누구도 맨발만은 고수했다.
그런데, 패배했다!!!!
지난 주 결국 패배했다.
새로 이사 간 도장은 예전보다 덜춥다. 이빨도 딱딱거리지않고 하물며 발가락도 안꼬인다.
그런데 정말 이게 나이먹는것인지 도저히 미칠 것 같다. 올해도 양말이며 내복까지 입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지만 오로지 여성회원에게만 허락된 상의 흰색 반팔 티셔츠 이외에 아무것도 덧입지 않다가
도. 저. 히. 참을 수 없었다.
난 결국 돼지족발을 신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온을 찾았다.
정신력이고 나발이고 개나줘버려!!!!!!
하지만 발의 평온을 찾은 뒤로 나는 손이 시리기 시작했다. 손이 시리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정말. 손이 시리다. 미치겠다.
겨울의 수련은 진정으로 고통스럽구나!!!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난...
꽃.버.선.
지난 달 가스비 폭탄 후 실내 온도를 내리면서 발만은 어찌할 수 없어 맨날 천날 신고있다.
내 발이 작아 모양새가 예쁘기도 하궁(ㅋㅋㅋ) 무엇보다 따뜻하다.
도장에선 왜놈으로 집에선 조선놈으로
버선발로 뛰어다니는 이 겨울.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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