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후 몸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도장도 1년넘게 휴관하고 회사퇴근하면 원고하고 잠은 하루에 두세시간 이런생활을 반복하다보니 

가히 죽음을 느낄정도의 몸상태. 몸무게가 23키로그램이나 늘었고 도장에 복관하려고해도 체력이 무서울정도로 아무것도 남은것이 없어 우선 몸을 만들고나서 복관을 계획해봅니다. 몸좋으려고 도장을 가야하는데 도장에서의 수련을 버티는게 무서워서 몸을 먼저 만들고 가려고합니다. 엉망이죠


지난주엔 두 번이나 새벽즈음에 이유없는 호흡곤란으로 깨어나서 헐떡거리다가 앉은채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냥 호흡곤란이 아니라 죽을것 같은 공포에시달렸습니다. 제작년 말 같은 증상으로 온갖 심전도에 수면다면화검사인지 뭔지를 엄청난 돈을들여 했습니다만 아무이상 없다합니다 . 조울증을 앓은 경력에 공황장애까지 있는건가 싶어 공포에 떨며 또 잠을 못자기를 여러주 결국 공황장애 의증은 있었으나 아닌것으로 판명하고 심인성으로 보았습니다. 정말 쓰잘데기 없이 예민해서. 이것도 그와 같나하여(항상 마음에 불안을 갖고 사는 여자라서..) 더이상 안되겠다고 살려고 3년동안 하지않았던 산행을 시작할까 하고 요즘 일부러 시간을 내서 움직이고있습니다. 


그런데...


2주일사이에  


네 번의 등산 약속이 취소되고 성질이 났습니다. 

지난 1년여동안 집에서 그림만 그렸는데 외출을 거의 안하다보니 외출할 때마다 비가오게되면 저에겐 확률상으로 거의 100퍼센트가 되더군요. 남들은 그냥 어쩌다 날 만났는데 비가오건만 나는 나갈 때 마다 비가 옴... ㅠㅠㅠ

그러고 또 마감을 해야되서 어린이날인 월요일엔 작업에 열중했는데 날씨가 왜이리 좋은지..ㅠㅠ 왜 내가 일해야할 땐 날씨가 좋은지. 

그래서 열받아서 연휴 마지막 부처님오신 날(물론 프리랜서인 저에게는 연휴가 의미가 없습니다. 주말이면 항상 마감을 하니까요 끄응...) 무슨일이 있어도 혼자서라도 산에가겠다는 의지로 월요일에 폭풍마감을 하고 간단히 짐을 지고 삼각김밥 두개와 500짜리 콜라통에 물을 얼려서 배낭을 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원효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화순에 계시는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버지가 받으시더군요


"어디 가는데?"


-산에 감


"누구랑?"


-나 혼자


"뭐? 나암자(남자) 랑? "


-_-;;;


- 나 혼자 간다고!!!


"뭐하러? 그럼 화순으로 와 여기서 같이가게"


 그리하여 버스는 원효사행에서 갑자기 화순읍으로 가는 버스를 타게되었고... 뜻하지 않게 목적지는 만연산이 되었습니다. 3년만에 하는 산행이므로 가볍게 큰재까지만 찍고 오기로합니다. 왜냐면..그동안 체력은 거지가 되었거든요




1년간 23키로그램의 증량은 등산복 지퍼를 잠기지않게 만들었습니다 호호 





읍내에 내리니 군민센터에 분향소가 설치되어있다는 안내가 붙어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처님 오신날이 상당히 숙연했어요





그 좋아라 하는 영산홍이 다 졌습니다 -_ㅜ 하얀 청랑들만 피어있더군요



동구리 호수공원이라고 부르는 만연저수지. 참 예쁩니다. 역시 영산홍 피었을때 올것을..



화순의 소나무들이 쭉쭉 뻗은것이 항상 부산, 해안쪽 산만 주로 다니던 저로서는 신기했어요

어릴때 수만리에서 자란 아버지 말씀으로는 일제시대를 거쳐오면서 상당히 민둥산이 되어버려서 

군사정권시대에 일본품종 소나무들을 들여오면서 학생, 주민들이 동원되어 많이 심었다고 하더군요

군데군데 외래품종 소나무들이 있습니다. 






저수지를 지나 만연탐방센터에서 길을 좀 확인하고 아주 가기 편하게 오감연결길을 통해서 가볍게 큰재까지 갑니다





화순군수가 큰재길을 조성하면서 옛길들 말고 조금 편한 등산로가 만들어졌는데요

지금은 다니지 않는 길로 너덜이 많이 보입니다. 



20대에 인생 한 번 거덜날 뻔 한 뒤로 수많은 잡취미중에 사진 취미를 버렸습니다. 

이 마음 이해하시는분 있겟지요 -_ㅜ 카메라 두대를 팔아서 연명을 했으니. 

여하튼 폰카라서 구리고 대충찍어서 뭔지 금새 못알아보겠지만 여긴 이제 중간에 있는 쉼터입니다. 

돌의 모양새와 구조를 보건데 이렇게 조성되기 이전에 무속인들의 기도터로 활용되었을것 같습니다. 

요즘은 기도행위가 많은산에서 통제되니 (게다가 국립공원근방은..) 길가다가 불은 피우지않고 

수수한 차림으로 힘들게 올라와 혼자서 기도하다 가시는분들을 봅니다. 

주변에 아는 무속인을 통해서 보면 신을 받았다고 전부가 아니라 계속 수련하고 기도하러다니고 닦아야하더군요

그 진심을 담아서 순례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참으로 숙연해집니다. 




반대로 내려가다보니 왠 차밭이 있음요?!?!??




야생인가 싶어 봤더니 아닙니다. 조성해놓은것 같습니다. 




요즘 관리나 통제가 어마어마하다보니 함부로 풀캐가는사람은 없습니다만

매일 다니시는 아버지 말씀으론 분명 지난주까지 새잎들이 있었는데(작설) 고건 쏙쏙 다 따갔더군요 후후




아버지 권유로 좀 씹어봅니다. 


우와...


써..


먹어도 안죽는다고 해서 씹다 삼킵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먹는거 맞음.




큰재까지 다 올라왔군요. 무등산 순환버스도 여기 섭니다. 5월부터는 화순발 버스도 있다는군요

화순코스는 무돌길에서 제일 긴 코스인데 

이 큰재 코스가 말이 많습니다. 군수가 실적을 올리기위해서 무리하게 조성을 한데다가 

실생활에 맞게 썼던 무돌길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너무 돈다 등등..사실 안양산 휴양림쪽길은 

도로길에 위험하게 방치되어있다던지 무리한감이 없지않아있습니다. 사유지도 끼어있어서 좀 껄끄러운길도 있구요


그래도 노인인구가 압도적으로 높은 화순에서 큰재길을 편하게 조성한것은 아주 잘 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큰재에 늘어있는 노점에서 먹거리를 사다가 팔각정에 올라가서 먹기도 합니다 




빨간 단풍이 이쁩니다. 이건 물이든게 아니라 원래 빨간 품종인데요 아마 독일품종일겁니다. (한 때 식덕후였건만..이제 가물가물하네요 머릿속도 놀면 안됩니다잉..) 아, 한번 더 안타깝네요 영산홍피었을때 올 걸



멀리 수만리가 보입니다. 오른쪽부터 1,2,3,4구라고 대충 보시면되는데 아버지 고향이 4구입니다. 

제작년 할머니 산소를 개장한 뒤로는 처음 오는데 엄청 변했네요 너무 깡촌이었는데 이렇게 보기좋게되었어요.

귀촌하실때 수만리로 가고싶어하셨으나 땅값이...ㄷㄷㄷㄷㄷ

분명 내가 살았던 내 고향인데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돈때문이라니 띠꺼워요. 찢어지게 가난하고 못살아서 뛰쳐나온 고향인데 이제 돌아오려니 부자들의 휴양지가되어있고 어쩌고저쩌고 에잉...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한산합니다. 뭐 부처님 오신 날이라 대개는 절이 밀집해있는 무등산으로 많이 갔을거라 생각합니다. 화순올때 봤거든요 산장이랑 증심사가는 버스 밀어터지고있는거...안가길 잘했..




놀랍도록 잘생긴 터키오빠들이 운영하는 터키음식 포장마차에서 케밥을 샀습니다. 

더 잘생긴 오빠는 아이스크림 퍼주러 갔어요. 한국말 엄청 잘합니다. 




케밥을 안주로 소주 딱 한잔만...합니다 ;;;




만연폭포를 아래로 내려오도록 조성한 아주 예쁜 인공폭포? 

폭포물 한번 맞을까? 하고 하산길에 들러봅니다.




이쪽은 원래 상사화가 쫘~~~악 피는 곳인데 우선 지금은 수수해요










만연폭포물을 맞을 수있도록 조성해놓은곳. 여긴 남탕. 여름에 좋겠습니다.



여탕. 에? 별로 다른게 없????





갑자기 웬 양치식물이 겁나게 많습니다. 선사시대인줄



고사리 대사리 끊~자 나무대사리끊~자 유자꽁~꽁 재미나너엄고오~




산은 다 내려오고 백숙을 파는 식당들이 보이기시작 사실 한참 내려와서 찍은거지만 더 좋은 의리의리한곳도 있다죠




요런 소박해보이는 집이 좋아서.




아이고 읍내가보입니다.





어머~개양귀비다~~ 했는데




이거 아무래도 진짜 양귀비같음 ㄷㄷㄷㄷ






아, 정말 예쁜까페 봤음요.




다음엔 혼자와서라도 꼭 가봐야지 라고 생각합니다. 




어플실행을 안하고가서 총 몇키로 걸었는지 기억안남;;;; 저질체력으로 큰재만 갔다오는데도 힘들었습니다. 

10키로는 당연히 넘었구요 


10시 40분 만연리 읍내에서부터 도보로 출발해 2시 50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금씩 슬슬 변두리 걸음부터 시작해서 올해 안에는 장불재까지 갈 체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럼 서른 다섯살 지리산 종주를 목표로!!!


인제 시작!









Posted by 다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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